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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만 켜면 외국인이 한국 가수나 드라마에 반응하는 영상이 쏟아집니다. 괜히 ‘국뽕’이 차오르고, 그들의 과장된 감탄을 듣다 보면 내가 응원하는 아티스트를 세계가 알아보는 것 같아 괜히 뿌듯해지죠. 저도 해외출장을 가면 숙소에서 특별히 할 일이 없는 밤, 몇 시간씩 리액션 영상만 보다가 하루를 마감하곤 했습니다. 소향, 박효신, 포레스텔라, 비긴어게인… 제 최애 라인업은 늘 비슷합니다. 그들의 노래가 나오고, 외국 유튜버가 눈이 동그래진 채 “Unbelievable!”을 외치면, 묘하게 위로받는 기분이 들어요.

그런데 어느 날은 문득 그 채널의 홈으로 들어가 봅니다. 한국 음악만 좋아하는 줄 알았던 그 유튜버가 인도, 필리핀, 브라질, 일본, 터키… 거의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역대급”을 연발하고 있더군요. 썸네일부터 제목까지 과장된 표현이 줄줄이 이어지고, 편집은 최대한 리액션의 감탄 포인트만 뽑아내도록 구성되어 있어요. 그때부터 슬슬 의심이 들었습니다. 혹시 ‘국뽕’을 미끼로 클릭과 체류 시간을 늘리는, 하나의 전략적 포맷은 아닐까? 물론 모든 유튜버를 싸잡아 말하긴 어렵습니다. 진짜로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이 분명 있고, 보컬 트레이닝 전문가처럼 기술적으로 해석하며 배울 포인트를 짚어주는 채널도 있어요. 전문가는 아니어도 진심 어린 태도로 차분히 감상을 나누는 사람들도 있죠. 이런 채널은 몇 편만 봐도 ‘이건 다르다’는 감이 옵니다.
문제는 그다음 층위예요. 국내에서도 이 외국인 리액션들을 모아 편집한 2차 콘텐츠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잘 만드는 곳도 있습니다. 자막을 깔끔히 달고, 원문 출처를 명확히 밝혀주며, 맥락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가치를 더해요. 그런데 반대로 여기저기서 긁어온 짤을 덕지덕지 붙이고, 기계음 TTS로 설명을 덧붙이는 저품질 영상도 많습니다. 보다 보면 “어? 이 장면 또 봤네?” 싶은 일이 잦아져요. 결과적으로 같은 노래, 같은 리액션 클립을 서로 다른 채널에서 몇 번이고 돌려보게 되고, 피드는 점점 더 비슷한 영상으로 채워집니다.
이쯤 되면 결국 선택의 문제로 돌아옵니다. 알고리즘은 편합니다. 나 대신 취향을 추정하고 재빨리 다음 영상을 던져주죠. 하지만 편한 만큼, 내가 왜 이걸 보고 있는지 잊기 쉽습니다. 처음의 설렘과 위로는 사라지고, 남는 건 반복과 피로감뿐일 때가 있어요. 그래서 요즘은 한 발짝 물러서서, 내가 보고 싶은 걸 내가 고른다는 감각을 되찾으려 합니다.
제가 스스로에게 만들어 둔 간단한 기준을 공유해 봅니다.
- 썸네일·제목이 과한 감탄사와 자극적인 문구로만 가득하면 일단 의심한다.
- 채널 홈과 재생목록을 훑어보며 일관성과 진심이 느껴지는지 확인한다. (한 아티스트·한 장르를 깊게 파는지, 해설의 내공이 있는지)
- 근거를 제시하는지 본다. “대단하다”에서 끝나지 않고 왜 좋은지, 어떤 포인트인지 설명하는가.
- 중복된 2차 편집물은 과감히 건너뛴다. 이미 본 클립이면 다음으로.
- 시청 목적을 묻는다. 힐링이 필요한지, 정보가 필요한지, 단순한 시간 때우기인지. 목적에 맞는 영상을 검색해서 고른다.
- 좋았던 채널은 구독·알림·좋아요로 명확히 신호를 보내고, 피드를 정리한다. 보고 싶지 않은 채널은 “관심 없음”으로 관리한다.
- 댓글로 고마움을 남기고, 출처 표기나 저작권을 지키는 채널을 우선적으로 지지한다.
한편으로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합니다. 그냥 편하게 즐기는 건데 뭐 ^^
국뽕 자체는 죄가 아닙니다. 누군가 우리 음악을 듣고 놀라워하는 순간에 함께 기뻐하는 건 자연스럽고도 건강한 즐거움이에요. 다만 그 감정을 상품화한 포맷 속에서 무의식적으로 소비만 반복하게 될 때, 내가 정말 좋아하는 노래와 장면들의 가치가 희미해질 수 있죠. 진심이 담긴 리액션과 성의 있는 2차 편집은 분명 존재합니다. 그 차이를 가려보고, 내 시간과 집중을 좋은 곳에 쓰는 것—그게 시청자에게도 작은 책임이자 권리 같습니다.
다음 출장에서도 아마 저는 소향과 박효신 무대를 또 틀 겁니다. 대신 그날의 기분에 맞는 영상을 먼저 검색해서 고르고, 믿을 만한 채널의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 둘 생각이에요. 알고리즘이 넘겨주는 자동 재생 대신, 리모컨을 제가 쥐는 연습. 국뽕의 즐거움은 그대로 두되, 소비는 더 주체적으로. 그게 요즘 제가 유튜브와 건강하게 지내는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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