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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떼는 말이야~"로 시작하는 꼰대 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어릴 적만 해도 우리나라는 정말 4계절이 뚜렷하지 않았나요? 파릇파릇한 새싹이 돋는 봄, 쨍쨍한 햇살 아래 물놀이하던 여름, 울긋불긋 단풍잎이 물드는 가을, 그리고 하얀 눈이 펑펑 내리는 겨울까지. 교과서에서 배운 그대로의 계절을 몸으로 느끼며 자랐던 기억이 선명합니다.

 

그런데 요즘 날씨를 보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될 때가 많습니다. '이제 좀 따뜻해지나?' 싶으면 갑자기 여름이 훅 찾아오고, '이제 가을이구나!' 하고 가을코트를 꺼내 입으면 어느새 두꺼운 패딩을 입어야 할 날씨가 되어버리죠.

봄과 가을은 마치 짧은 환승 시간처럼 스쳐 지나가고, 길고 지루한 여름과 겨울만이 남은 느낌입니다.

심지어 비가 내리는 모습도 변했습니다. 예전처럼 보슬보슬 내리는 비가 아니라, 동남아의 스콜처럼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 갑자기 엄청난 양의 비를 퍼붓는 날이 많아졌죠.

 

이 모든 게 정말 저만의 느낌일까요? 아니면 실제로 우리 주변의 기후가 변하고 있는 걸까요? 

숫자로 확인하는 기후 변화 : 과거 vs 현재

말로만 하는 것보다 정확한 데이터로 보는 것이 가장 확실할 것 같습니다.

기상청의 자료를 바탕으로 약 30년 전인 1980년대와 최근 10년간의 주요 기후 지표를 비교해 봤습니다.

구분 과거 (1981-1990년 평균) 최근 (2011-2020년 평균) 변화
연평균 기온 12.2℃ 13.2℃ +1.0℃
여름 길이 98일 118일 +20일
겨울 길이 109일 101일 -8일
폭염일수 (일 최고 33℃ 이상) 8.2일 15.5일 +7.3일 (약 2배 증가)
호우일수 (일 강수량 80mm 이상) 2.2일 3.5일 +1.3일 (약 60% 증가)

자료: 기상청 기후정보포털 데이터를 기반으로 재구성

표가 말해주는 것들 : 더 길어진 여름과 강력해진 비

표를 보니 우리의 '느낌'이 단순한 착각이 아니었음이 명확해집니다.

  1. 점점 더워지는 한반도: 지난 30년간 우리나라의 연평균 기온은 약 1.0℃ 상승했습니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생태계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엄청난 변화입니다.
  2. 사라지는 봄, 가을: 가장 극적인 변화는 계절의 길이입니다. 여름은 무려 20일이나 길어졌고, 상대적으로 겨울은 짧아졌습니다. 결국 그만큼 우리가 사랑했던 봄과 가을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는 뜻이죠. '봄, 가을이 짧아졌다'는 느낌은  사실이었던 겁니다.
  3. 일상화된 폭염과 열대야: 여름이 길어진 것뿐만 아니라 더 뜨거워졌습니다. 33℃ 이상을 기록하는 폭염일수가 거의 두 배 가까이 늘어났습니다. 찜통 같은 더위와 끈적이는 열대야가 더 길고 혹독해진 이유입니다.
  4. 단시간에 쏟아붓는 '아열대성 폭우': 비가 내리는 패턴도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전체 강수량의 변화는 크지 않을 수 있지만, 한번 내릴 때 폭우 형태로 쏟아지는 '호우일수'가 크게 늘었습니다. 이는 홍수나 산사태 같은 재해의 위험을 높이는 직접적인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의 기후는 점차 뚜렷한 4계절의 온대기후에서 여름과 겨울 중심의 아열대기후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어릴 적 추억 속의 날씨는 이제 정말 '라떼' 시절의 이야기가 되어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물론 기후 변화는 전 지구적인 현상이고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가 사랑했던 계절의 모습이 조금씩 변해가는 것을 숫자로 확인하니 씁쓸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네요. 이제는 '날씨가 변했네'라는 감상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가 살아갈 미래의 환경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작은 실천이라도 시작해야 할 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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