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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배헌터 유튜브

  평소처럼 소파에 누워 유튜브를 보다가 알고리즘의 인도로 아주 흥미로운 채널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바로 ‘딸배헌터’라는 채널인데요. 혹시 들어보셨나요? 처음엔 이름만 보고 배달 오토바이 관련 채널인가 싶었는데, 몇 개 영상을 보고 나니 그게 아니더라고요. 이 채널, 정말 보통이 아닙니다.

 주요 콘텐츠는 유효기간이 지났거나 위조된 장애인 주차증을 붙이고 장애인 주차구역에 얌체처럼 차를 댄 사람들을 신고해서 정의를 구현하는 내용입니다. 경찰과 구청 담당자가 와서 위반 사실을 확인하고 과태료를 부과하는 장면까지 적나라하게 보여주죠. 영상을 보는 내내 제 속이 다 시원해지더군요. 추가로 민원 처리를 제대로 안 하는 공무원에 대한 아쉬운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이 주제가 제게 유독 와닿는 이유가 있습니다. 저희 아버지는 20여 년 전 불의의 교통사고로 한쪽 다리를 잃으셨거든요.

그래서 ‘장애인 주차구역’은 저희 가족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공간입니다.  일반 주차칸보다 넓은 그 공간은 아버지의 외출을 가능하게 하는 최소한의 배려인 셈이죠. 그런데 가끔 마트에 갔다가 장애인 주차구역이 꽉 차 있어서 주차를 못 하고 뱅뱅 돌 때면, 정말이지 가슴 한구석이 답답해지곤 합니다. 그 차들 중 몇몇은 저희 아버지처럼 정말 그 자리가 필요한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에요.

 

 그래서일까요? 딸배헌터 님의 영상을 보면서 마치 저 대신 누군가가 나서서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주는 것 같아 통쾌하고 후련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영상 속 위반자들은 하나같이 "당신이 뭔데 남의 일에 참견이냐", "나한테 무슨 억하심정이 있냐"며 적반하장으로 따지기 일쑤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알아야 합니다. 이건 개인적인 원한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요. 그들의 이기심과 뻔뻔함이 누군가가 마땅히 누려야 할 정당한 권리를 가로막고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런 행동은 처벌받아 마땅하죠.

 

 영상을 보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도 듭니다. '저 유튜버, 분명 운동을 해서 덩치가 보통이 아닐 거야.' 라고요. 보통 사람이 저렇게 대놓고 신고하면, 위반자들이 욕설을 퍼붓다가 몸싸움으로 번질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영상 속 사람들은 대부분 격하게 항의하고 언성을 높일지언정, 물리적으로 덤벼들지는 못하더라고요. 그만큼 딸배헌터 님의 기세나 풍채가 상대를 압도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 용기와 강단이 있으니 이런 활동도 가능한 거겠죠.

 사실 저도 한때 정의감에 불타 블랙박스에 찍힌 신호위반이나 얌체 운전 차량들을 국민신문고에 열심히 신고했던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정말 보통 일이 아니더라고요. 영상을 일일이 확인하고, 시간을 맞춰 편집하고, 양식에 맞춰 글을 쓰는 건 생각보다 훨씬 더 큰 힘과 노력을 요구하는 일이었습니다. 무엇보다 꾸준히 하려면 정말 부지런해야 했죠. 결국 몇 번 하다가 지쳐서 그만두고 말았습니다. 제 경험에 비춰보니, 딸배헌터 님의 활동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새삼 느끼게 됩니다.

 물론 딸배헌터 같은 분들이 없어도 모두가 양심적으로 법과 질서를 지키는 사회가 가장 좋겠죠. 하지만 안타깝게도 세상은 그렇게 이상적으로만 돌아가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고 사회의 어두운 구석을 밝히려는 이들의 노력이 더욱 값지게 느껴집니다.

오늘도 묵묵히 잘못된 관행과 싸우고 있을 딸배헌터 님께 멀리서나마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당신 덕분에 누군가의 하루는 조금 더 편안해졌을 겁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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