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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육아휴직

나의 새벽 풍경

늘품아빠 2020. 2. 21.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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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새벽 풍경

 

한밤중에 막내딸이 잠에서 깬 것 같다.
"아빠~! 아빠~!" 하며 나를 찾는다.
작년 3월 아내의 복직 이후 내가 키우다시피 해서 그런지 막내딸은 무조건 나만 찾는다.
물 한 모금 먹이고 다시 재운다.
그리고 나도 잠이 들었나 보다.

알람이 울린 것 같다. 아닌가?
이불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도록 아니 아내가 깨지 않도록 조심스레 침대를 빠져나와 휴대폰을 확인하면 알람 울리기 30여 분전.
이런... 다시 눕기엔 시간이 애매하고 이미 잠도 깼으니 밥을 안치고 소파에 앉아 휴대폰을 만지작거린다.
나와 아내는 TV를 거의 안 보기 때문에 (요즘 인기인 주말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은 꼭 챙겨 본다) 이때 보는 뉴스가 내가 접하는 거의 유일한 외부 소식.
뉴스에서는 끔찍한 이야기가 많아 아이들이 보면 안 좋겠다 싶어 보지 않는다.
대신 아이들은 유튜브와 넷플릭스에 홀딱 빠져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볼 때가 많다.

소파에 앉아 있으니 윗집 사람이 걷는 소리가 들린다.
소위 발망치. 유난히 뒤꿈치로 바닥을 쿵쿵거리며 걷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 집 둘째처럼.
윗집 발자국 소리만 들어도 사람이 어디서 어디로 걷는지 동선이 보이는 것 같다.
현관 쪽으로 걷는 것 같다 싶으면 역시나 곧이어 도어록 잠김 해제 소리가 나며 이어서 엘리베이터 도착음 "띵~" 하는 소리가 들린다.
마치 천장이 통 유리로 되어 있고 내가 밑에서 쳐다보는 것 같다.
이사 온 지 2주도 안되었지만 윗집 사람의 동선과 출근? 패턴을 알 수 있을 것만 같다.
혹시 아랫집에서도 나의 발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을까?

밥솥이 "취이~~~" 소리를 내며 증기를 내뿜는다.
건조한 실내공기를 가습해주고 있으니 흐뭇하고 기분이 좋다. 
좀 더 오랜 시간 증기가 나오면 좋으련만 금세 조용해지니 아쉽다.
하지만 친절하게도 "지금부터 뜸을 들입니다."와 "맛있는 밥이 완성되었습니다.  잘 저어 주세요."
하며 이야기를 해주니 좋다.
공기청정기나 냉장고, 에어 워셔는 조용히 자기 할 일을 하지만 소리가 안 나거나 작아서 열심히 일하는지 모르겠다. 
보통 하루에 세 번 일하는 밥솥은 매번 시끄럽게 자기가 일하고 있음을 알리니 듣는 나도 그 녀석이 열심히 일하는 거 같다.
나도 복직을 하면 밥솥처럼 일하리라.
일은 티 나게 하라고 했으니.

아이들이 잠에서 깨면 그때부터 잠들기 전까지 이어지는 야단스러운 소리들.
밥도 쬐끔 먹으면서 어디서 그런 에너지가 나오는지 아이들은 지치지 않고 시끄럽게 논다. 
플라스틱 조각이 와르르 쏟아지는 소리가 들리면 레고 블록을 거실 바닥에 모두 쏟아놓고 노는 것이다.
갑자기 조용해지고 안방 문이 닫혀 있다면 거기서 TV를 보고 있는 것이다.
욕실 불은 꺼져 있는데 물소리가 들린다면 그건 4살 된 막내딸이 손을 씻겠다고
욕실의자 위에 올라서서 작고 통통한 손을 물줄기에다 조물조물거리고 있는 것이다.
전등 스위치에 손이 안 닿아 불을 못 켜고 말이다.

앗~ 아이들이 일어났다.
얼른 아침식사 준비를 해야지
오늘 하루도 이렇게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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