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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아들)가 저녁에 묻더군요. "아빠, 친구 준서 엄마는 나중에 혼자 살래요. 왜 사람들은 혼자 사는 걸 좋아해요?" 네 자녀를 키우는 저에게는 참 신기한 질문이었죠. 그동안 엄마 아빠 품이 세상 전부인 우리 아이들 눈에, 혼자 산다는 개념 자체가 낯설었던 거겠죠. 요즘 통계를 보면 순간 깜짝 놀라곤 합니다. 언젠가는 가구의 절반 이상이 1인 가구라니? 우리 아이들이 자라서 사회에 나갈 시절은 아예 다른 세상이 펼쳐지겠구나 싶더라고요.

1인 가구 사회의 예측되는 변화들, 그리고 더 생각해 볼 점들

제가 앞서 언급한 변화 외에도, 몇 가지 더 깊게 생각해보고 싶은 변화들이 있더라고요.

 

1. 공간의 소형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

  • 30평대 국민평형? 곧 추억이 될지도! 아파트 시장은 더욱더 컴팩트해질 거예요. 1인 혹은 커플을 겨냥한 초소형·소형 평형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건축 디자인도 효율성과 공간 활용성에 초점을 맞출 거예요. 당근마켓에 가보면 '소형 가구', '초소형 전자제품'을 찾는 글들이 가득하잖아요. 이제 건설사들도 그 트렌드를 읽고 있는 것 같습니다.
  • 호텔도, 공용주거도 작아진다: 호텔 객실도 더 많은 개인실을 확보하고 기존 방을 분할하는 추세죠. ‘포 도그 멍’, ‘하우스텔’ 같은 개인실 위주 저렴한 숙소가 넘쳐나는 건 이미 시작된 현실입니다. 코로세어셰어하우스, 토스트 같은 공용 주거 공간(Living) 역시 디자인과 서비스 면에서 더 친숙해질 거 같네요.

점점 많아지는 소형 아파트
소형 아파트

2. 1인을 위한 서비스의 대중화와 가격 정책 변화:

  • 혼밥은 이제 당연한 권리! "2인 이상 주문 가능"이라는 말은 점점 더 들을 일이 없어질 거예요. 식당들은 1인 식사자들을 적극 유치하기 위해 카운터석을 확대하고, 메뉴도 소분량, 혼자 즐기기 좋은 세트로 구성할 거예요. 포장까지 편리해지고요.

  • 식단, 용품, 문화생활까지 1인 맞춤: 배달 앱의 ‘1인분’ 메뉴는 이미 익숙하죠? 이제는 모든 전자제품부터 가구, 식료품까지 모든 제품 라인업에서 1인용 버전이 마켓핵으로 등장할지도 모릅니다. 공연이나 여행에도 1인 특가 패키지가 흔해지는 시대가 옵니다.

식단, 용품, 문화생활까지 1인 맞춤
식단, 용품, 문화생활까지 1인 맞춤

3. 공유와 연결, 새로운 방식의 '공동체' 등장:

  • 소유에서 공유로, '접속'의 문화: 혼자 다 쓰기 힘든 고가 품목을 공유하는 문화는 훨씬 더 확실하게 정착합니다. 자동차 렌탈부터 특수 공구 대여, 의상 대여 플랫폼까지 점점 다양해지고 편해질 거예요. 이건 단순한 돈 절약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입니다.
  • '목적 중심' 모임의 활성화: "옆집 사람은 누구?" 이런 게 중요한 게 아니예요. “함께 러닝 할 사람?”, “이번 주말에 보드 게임 파티 참여할 분?”, “요리 클래스 같이 들을 분?” 같은 특정 취미, 관심사, 목적을 가지고 모이는 ‘일시적 공동체’가 소통의 중심이 될 거예요. 온라인으로 쉽게 모이고 오프라인에서 만나 활동하는 문화죠.

4. 추가로 생각하는 미래의 단면들 

  • 고령화 심화와 이에 따른 복지 및 케어 시스템 변화: 1인 노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돌봄 서비스의 인공지능화, 로봇화는 가속화될 거예요. 지역사회 기반 공유 돌봄 시스템이 매우 중요해질 겁니다.
  • 노동 시장의 유연화와 다양화 (프리랜서, 투잡): 일하는 방식 자체가 더 유연해지고 다발화됩니다. 안정적인 단일 직장보다 프리랜서, 부업, 사이드 프로젝트 병행이 훨씬 흔해질 거고, 각종 협업 플랫폼이 필수 인프라가 될 겁니다.
  • 사회적 유대감의 재구성 (안전망으로서): 전통적 혈연 중심 가족 네트워크가 약화될수록 개인이 스스로 선택하고 구축하는 관계 네트워크(친구, 취미 커뮤니티 등)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거예요. 이게 새로운 형태의 사회적 안전망 역할을 하지 않을까요?

변화의 흐름 속에서,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줄 가장 큰 선물

소형화, 공유, 유연함의 세상. 네 아이를 키우는 엄마 아빠인 저와 아내에게는 다소 낯설게 느껴지는 세상이죠. 그래도 막상 그 속에서 우리 아이들이 잘 자라나게 하려면, 지금부터 그릴 수 있는 가치관을 키워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 "유연한 사고와 환경 적응력":
    "항상 이렇게 될 거야" 같은 생각은 위험해요. 작은 방에서도 편안하게 지낼 줄 알게 하고, 다양한 사람과 공간을 함께 사용하는 협력형 환경에 노출시키기. 가끔 숙소나 캠핑장에서 작은 공간을 함께 쓰며 지내는 걸 훈련하는 게 도움이 될 거예요. 우리 집에서는 가끔 아이들 방을 바꿔 쓰거나 공용 공간을 재배치해보라고 하기도 해요.
  2. "혼자서도 잘, 하지만 함께할 때 빛나는":
    혼자만의 시간을 풍요롭게 만드는 법도 가르쳐야 해요. 책 읽기, 그림 그리기 등 홀로 취향을 키우는 습관. 동시에 온/오프라인 생에서 "목적"에 따라 사람을 모으고, 팀을 이끌고 함께 일하고 놀 수 있는 능력은 엄청난 자산이 될 거예요. 우리 집은 가족 프로젝트(토론회나 작은 공연 준비 같은걸로요)를 자주 해서, 각자 역할을 맡고 협업하는 법도 익히고 있어요.
  3. "공유와 협력의 경제 감각":
    물건을 무조건 사고 소유하기보다, 공유하거나 렌트하는 게 합리적일 때가 많다는 걸 알려주기. 내가 가진 기술이나 자원을 남과 나누고 협력하는 데서 새로운 기회나 소득이 발생할 수 있음을 이해시키는 것입니다. 학교에 갈 게임기나 책 한 권을 친구와 공동으로 구매해 보는 경험도 좋겠죠.
  4. "공감과 관용의 심리적 자본" (이게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각자 다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세상이에요. 비혼, 독신, 다양한 가족 형태. 내 방식만이 옳다고 고집하기보단 옆 사람의 선택을 존중하고 이해하려는 노력, 같은 사회 구성원으로서 서로 필요한 배려심을 키우는 게 중요하죠. 저는 식사를 할 때마다 “누군가 혼자 밥 먹는다고 부족하게 보진 마라”는 이야기를 꼭 아이들에게 해요. 다른 가정 가족사진도 자연스럽게 보여주면서요.
  5. "디지털 리터러시와 실제 인간관계의 균형":
    스마트폰으로 취미 모임을 찾고 일까지 해결하는 건 자연스러워질 테죠. 하지만 그 기술 너머에는 살아있는 사람이 있음을 절대 잃지 않게 하는 게 관건입니다. 온라인에서 관계를 맺는 법과 더불어 얼굴을 마주하고 진정한 교감을 나누는 능력과 쾌감을 배워야 합니다. 우리 집에서는 디지털 금식도 하고, 인생 선배분들을 모시고 진짜 대화를 나누는 시간도 자주 가집니다.

분명 다가올 미래는 지금과 많이 다를겁니다. 작은 집에 많이 모여 사는 우리 가족처럼 이전 시대 유산인 집단생활 모델 자체가 금세기 말엔 소수로 밀릴지도 모르죠. 그래도 아이들의 꿈과 미래를 위해 우리가 준비해야 할 건 분명해 보입니다. 안정적인 단일의 길보다 유연한 생존력을, 나 홀로 고립보다 스스로 네트워크를 만드는 힘을 길러주는 일.

혹시 지금, 우리가 키우는 1인 가구 아이들이 아니라 정작 우리가 1인 세상에 맞춰 키워낼 아이들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나저나 손에서 휴대폰을 놔야하는데 이놈들.....친구들하고 뛰어 놀기보다는 숏츠, 인스타 하느라 바쁘니. 어쩜 좋을까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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