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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육아휴직 시작한 지 2달이 되었습니다

 

음주 작문입니다.
식구들 다 자고 막걸리에 김치만두 먹으면서 넷플릭스 보다가
달력을 보니 벌써 육아휴직 들어간 지 2달이 되어가는 것 알고 노트북을 켰어요.

정말 시간 빠르네요. 군 제대한 후 군생활이 마치 꿈이었던 것처럼 느껴지듯이
저의 14년 직장 생활도 꿈처럼 느껴집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출근하고 일하고 퇴근하고... 미친 듯이 반복했던 14년이
단 2달 만에 꿈처럼 흐릿한 기억으로 남다니. 
정말 시간이라는 것은 사람의 기억을 왜곡하는 엄청난 힘이 있네요.

제가 일하느라 열심히 사용했던 노트북은 총무부서에 반납되어 유휴장비로 누군가에게 쓰이고 있거나 창고에 쳐 박혀 있을 테고, 저랑 함께 회의하며 회식하며 근무했던 동료들은 저의 존재를 잊고 정신없이 업무에 치여서 하루하루 보내고 있을 겁니다.

벌써 2달째이니 이런 속도라면 1년의 육아휴직이 끝나고 업무에 복귀할 날도 머지않음을 느낍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1년 동안 난 무엇을 해야 하나? 무엇을 할까?
이것저것 욕심이 많았습니다. 영어공부도 하고 여행도 많이 하고 운동도 해서 몸도 만들고 ^^...

 


하지만 육아라는 것이 정말 만만치 않더군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회사 생활하는 것이 훨씬 편했다는 걸 지금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이 어려운 것을 10년 동안 아내는 해내었다는 것이 정말 대단하고 존경스럽습니다.

전 휴직하면 안락한 휴식과 여유를 가질 줄 알았습니다.
물론 아이들 등교시키고 아침 설거지, 청소하고 나면 꿀 같은 여유가 찾아오긴 합니다.
그렇지만 그것도 잠시

 


다음 식사는 무엇으로 하지?
냉장고에는 뭐가 남았고, 장 보러 가면 뭘 사야 하지?
지금까지 카드 지출은 얼마고 얼마나 쓸 수 있지?
아이들 알림장에 숙제는 뭐고, 준비물은 뭐지?
화장실 청소는 언제 했더라.. 오늘 해야 하나?
아이들 하교시간이 몇 시지? 그때까지 난 무엇을 할 수 있나?
막내 기저귀가 다 떨어져 가네 얼른 주문해야겠다.
도서관에서 빌린 책 반납해야겠다.
건조기가 건조를 끝내면 빨래는 개는데 이건 둘째 옷인지 셋째 옷인지...ㅠㅠ


신경 쓸 것이 너무나 많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회사 생활은 정신없이 바쁘던지 놀던지 간에 근무 시간만 일하면 되지만
육아와 살림은 잠자는 시간 빼고 모두 일하는 거나 다름없네요.

글 쓰는 지금처럼 나만의 시간을 가지려면
집안일 모두 정리하고 아내와 아이들 모두 잠든 뒤어야만 가능합니다.
이것도 저 잠잘 시간 줄여가며 마련한 시간이에요.

육아 휴직하면서 
1. 안 하던 요리도 해보고
2. 아이들 등하교시키면서 더 자주 보고
3. 아이들 친구 이름들도 알게 되고 (외우기 힘드네요)
3. 아이들 숙제 봐주면서 아이들과 이야기도 많이 하고
4. 빨래 돌리고 게면서 아이들 옷이 어떤 건지도 자세히 보고
5. 아내가 얼마나 속옷을 자주 갈아입는지도 알게 되고
6. 가스요금, 전기요금이 어떻게 변동하는지도 보이고
7. 신발은 깨끗이 빨아서 아이들 신겼는데 금세 더러워지고
8. 냉장고에 어떤 식재료, 소스가 남아 있는데 훤히 알게 되고
9. 재활용 쓰레기 분리수거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게 되고
10. 오늘이 장 날인지 안닌지 신경 쓰게 되고
11. 소아청소년과는 밥먹듯이 드나들게 되고
12. 설거지를 편하게 하려면 어떻게 그릇을 미리 헹구고 쌓아놔야 하는지 알게 되고
10. 밥은 몇 컵을 해야 최대한 안 남기고 먹을 수 있는지 알게 되고
11. 열심히 인터넷 검색해서 반찬을 만들면 어떤 건 아이들이 잘 먹어고, 어떤 건 일주일이 지나도록 안 없어지는지 알게 되고
12. 음식 준비하는 시간은 길지만 먹는 시간은 아주 잠깐이며,  간단히 먹어도 설거지할 것은 손님 치른 것 같은 상태라는 걸 느끼고
13. 집안 청소는 해도 해도 끝이 없다는 걸 절실히 느끼게 됩니다.

그 밖에도 느낀 것은 많은데, 한 잔 걸친 지금은 생각이 나질 않네요.

육아휴직 한지 2 달이지만 아직 어떻게 남은 기간을 후회 없이 보낼 수 있을지 고민입니다.
좀 더 고민하고 생각해서 후회 없는 평생 기억에 남을 그런 유직 기간을 보내고 싶어요.

 

♡공감버튼 꾸욱~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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