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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막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혼자 뭔가를 해 보려고 했습니다.

집에 가면 청소, 빨래, 설거지 등 할 일이 있지만

집안일은 해도 해도 끝이 없기 때문에

집안일을 다 하고 뭔가를 하고자 한다면

그 건 아무것도 안 하겠다고 하는 것과 같은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죠.

어차피 꼭 해야 할 일은 저녁이나 주말에라도

하게 될 거라고 생각이 들었어요.


어디에 가 볼지 미리 생각해 두었으면 좋았을 것을......

어린이집 주차장에서 휴대폰으로 폭풍 검색을 했죠

두물머리, 한화리조트, 온천.... 등등이 검색되더군요

2시간 동안에 모든 걸 끝내야 하니 멀리 갈 수도 없었습니다.


그러다 찾은 것은 중미산자연휴양림!

오늘은 미세먼지도 좋고 하니 맑은 공기 마시며

산길을 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네비로 찍어보니 20여 분 거리이니

왕복 40분 빼고 1시간 조금 넘게 걸을 수 있겠더라고요.


입구에서 자동차 차단기가 안 올라가서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입구 쪽 벨을 눌러서 관리사무소 호출을 하라고 안내되어 있었어요.

인터폰을 눌러서 휴양림 입장하려고 한다고 하니

그때 차단기가 올라갔고 사무실에 방문해서 3,000원 결재하라고 하네요

시즌? 이 아니라서 그런가 왜 매표소에서 안 하고 사무실로 오라 가라 하지?

이해는 안 갔지만 결재하고 팸플릿을 받았습니다.



다시 차를 타고 1킬로 정도 올라가면 오른쪽에 공터가 있는데

거기에 주차하고 산책길로 가면 된다고 하더군요.



산책로 입구 전에 숙박 시설들이 보였습니다.

가족단위로 놀러 와서 고기 구워 먹고 뭐 그러는 곳이죠^^



아직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주변엔 아무도 없었습니다.

남자 혼자 청바지에 군대 깔깔이 분위기의 얇은 잠바를 입고

혼자 산길을 걸으니 범죄자 필이..... 나네요

산길은 생각보다 험했습니다. ㅠㅠ

그리도 주변 경치도 온통 나무뿐이었고요

남한강이 보이는 멋진 그런 풍경을 기대했는데

사방이 온통 나무들뿐이었습니다.



'아씨~~ 그냥 집에 가서 설거지하고 청소할걸 그랬나 봐!

3,000원 내고 사서 고생하고 있잖아'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후회로 가득 찬 마음을 가지고 걷다가 앉을만한 곳을 발견하고는

좀 앉아서 쉬었다 가기로 했습니다.

그때부터 이런저런 생각들이 마구마구 떠오르더라고요


- 지금 회사 동료들은 내가 사고 친 게 없다면 나를 까맣게 잊고 정신없이 일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

- 그래도 육아휴직을 하니 이렇게 즉흥적으로 하고자 하는 것을 실행에 옮길 수 있구나 하는 생각

- 조금만 걸어도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걸 보니 정말 체중을 줄여야 한다는 생각

- 여기는 산책보다는 식구들하고 방잡고 고기구워먹고 노는 곳이라는 생각

- 그리고 내일부터는 꼭 계획한 곳으로 가거나, 계획해서 무언가를 하자는 생각


어린이집에 시간 맞춰 가려면 온 길을 되돌아가야 할 거 같아서

발걸음을 반대로 돌리고 다시 열심히 걸었습니다.



어떤 길은 만년설(ㅎㅎ)이 녹았는지 질퍽했어요

이런.... 운동화가 정말 더러워졌습니다.

이 상태로 차에 타면 차도 많이 더러워질 텐데......



마른 나뭇잎이지만 그래도 바람에 흔들리며

주변 새소리와 함께 듣기 좋은 소리를 내는군요.

아~~ 감성 돋네



시간 맞추어 어린이집에 도착하였고

저를 본 막내는 이젠 울지도 않고 

그냥 좋아하면서 저에게 옵니다.

벌써 어린이집에 적응을 한거 같습니다.



아빠는 다리가 아프고 힘들어서 빨리 집에 가 쉬고 싶은데

막내는 놀이터에서 놀자고 하네요.


'그래 넌 모르겠지 아빠가 방금 어떤 뻘짓을 하고 왔는지'


다리가 짧아서 페달에 닿지도 않는 자전거에 앉아서

열심히 발을 구르며 앞으로 나아갑니다.

힘차게 나아갑니다.

그렇게 힘차게 너의 인생도 나의 인생도 앞으로 나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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